■ 이수인에게 권하는 김상범 회장의 '좋은 책'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책에 있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찾아 주는 사람이 바로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다.”
이 말은 오늘날까지 미국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링컨의 명언입니다. 저 역시 여러분의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 올해도 열심히 ‘좋은 책’을 권하려고 합니다.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주는 책. 꿈에 시동을 걸어주는 책. 2018년은 책이 주는 놀라운 변화들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 역사학자가 얘기하는 음식 연대기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
저자소개
저자 정기문은 서울대학교에서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서양사학과에서 로마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역사학자로서 ‘역사를 이끈 주요한 요소들은 무엇일까’라는 문제의식을 늘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기문은 청년 시절 역사의 진정한 동력이 농업 생산이라고 생각하여 토지 제도, 세금 징수 방식, 작물의 종류와 생산 방식 등. 농업에 관한 다양한 책과 논문을 탐독했습니다.
그러던 중 생산된 작물을 요리하여 섭취하는 것이, 세계사를 어떻게 좌우해왔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아 아쉬움을 느꼈으며. 음식의 의미를 역사적 관점에서 그려낸 브로델의 명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를 읽고, 그와 같이 빵, 밥, 차 같은 주요 음식을 통해서 세계사를 깊이 있게 설명해보고 싶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음식의 세계사를 들여다보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 저자 정기문. 이 책은 그 오랜 열망의 결과물입니다.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 / (출처 : 네이버 도서)
‘쿡방’은 왜 사그라들었나
두어 해 전, ‘쿡방’과 ‘먹방’ 바람이 불었죠. 관련 프로그램이 봇물 터지듯 생겨나고, 화려하면서도 치열한 요리 장면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아 요리사들은 스타가 되었습니다. 요즈음 바람이 다소 잠잠해졌으나 쿡방 열풍 전에도, 지금도 사람들은 더 정갈하고 맛있게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여전히 맛집을 찾아다닙니다. 하얀 라면 열풍이 불었다가 곧 빨간 라면으로 회귀한 것처럼 사람들은 결국 다시 본질을 찾게 마련인데요.
인간이 처음부터 생존보다 쾌락(맛)을 위해 먹었을까요? ‘맛’을 누구나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어쩌면 인류의 진화와 사회·문화의 발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먹고 마시는(飮食) 일에 밀접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저자는 음식으로 역사를 들여다보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확신해왔습니다.
‘읽는 맛’이 다르다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는 정통 역사학자가 음식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본 책입니다.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음식 7가지를 선정하여, 그 기원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에피소드와 정보를 담아 읽는 재미가 있고, 핵심 소재 하나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필력으로 지식 흡수의 쾌감을 선사합니다.
이는 곧 저자의 내공에서 우러나온 것입니다. 이전 저서의 면면에서도 드러나듯이 대중과 어떻게 역사로 소통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온 정기문은, 이번 책에서 교양과 재미의 균형을 제대로 잡아냈습니다.
음식에도 ‘맥락’이 있다
책은 7가지 음식이 테마인 메인 챕터와 2개의 ‘더 들여다보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챕터는 서로 크게 연관되지 않아, 관심 있는 음식 이야기부터 읽어도 무방합니다만. 가능하다면 목차 순서대로 읽기를 권합니다. 목차 구성 자체에 문명과 역사의 발전에 대한 흐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수천 년 동안 각각의 음식이 변화해온 방향이 ‘살기 위한 식사’에서 ‘맛보기 위한 식사’로였다면, 음식이 새로이 발굴되어 널리 전파되는 것도 같은 흐름이라고 얘기합니다. 초기 인류부터 섭취해온 고기, 농경 사회가 시작된 이래 서양인의 오랜 주식이었던 빵, 석회질이 많고 지저분한 유럽의 물 환경에서 식수로 활용되었던 포도주, 가축의 젖을 오래 보관해 먹을 수 있는 방편이었던 치즈까지. 음식은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존 요소였으며. 중세시대 이후 유럽에 널리 퍼지고 세계사를 바꾼 홍차, 커피, 초콜릿 등은 삶에 풍미를 더하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각 음식의 역사에서 보이는 공통점도 얘기합니다. 특정 음식을 권력층만 누렸거나, 서민이 먹었다 해도 질의 차이가 현격했던 경우. 근현대로 올수록 누구나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경우가 좋은 사례입니다.
이처럼 <역사학자 정기문의 식사>는 다채로우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맥락을 형성합니다. 역사학자가 풍성하게 차린 이 한 끼의 정찬,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니 음미하며 즐기기에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