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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에게 권하는 김상범 회장의 ‘좋은 책’

매번 서재의 책장 앞에 서서 고민을 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책을 권해볼까?’ 이 책 저 책을 만지작거리며 고심 끝에 한권을 선택합니다. 그리고는 한참을 쳐다보며 마음을 담죠. 내가 느꼈던 그 이상의 배움과 가치가 우리 이수인들에게도 함께 하기를. 어떤 의식같은 이 시간이 저는 참 소중합니다. 여러분도 이 한 권의 책으로 행복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자소개

저자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은 영국의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이자 이론가이다. 1943년 영국 샐포드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고,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 연구 교수를 거쳐 랭커스터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세기 이후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사회, 정치, 문화에 관한 많은 책을 펴냈다. 그는 수많은 마르크스주의자가 정치사상적 부침에 따라 입장을 달리했을 때도 시대의 유행을 좇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실존주의, 페미니즘 등 시대의 흐름을 끌어안으며 자신만의 독특한 지평을 넓혀왔다. <인생의 의미>에서 테리 이글턴은 철학과 문학을 가로지르며 생의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더불어 ‘삶의 의미ʼ라는 문제에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답들을 내놓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는 <문학이론입문>, <미학의 이데올로기>, <포스트모더니즘의 환상>, <이론 이후>, <성스러운 테러>,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악> 등이 있다.


살아 있는 지성 테리 이글턴은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이 짧은 질문에 답하는 것이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 근대의 일이라 지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걸출한 저격수답게 오늘날의 철학과 세속을 날카롭게 비판하며, 성취를 향한 개별적 탐색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화해시키며 ‘삶의 의미’라는 문제에 답한다.


철학과 문학을 가로지르는 입체적 탐색과 성찰

니체, 쇼펜하우어, 마르크스, 프로이트, 사르트르, 비트겐슈타인, 데리다, 들뢰즈 등의 철학과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햄릿>, <맥베스>,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헨리 제임스의 <융단 속의 무늬>, 안톤 체홉의 <세 자매> 등의 뛰어난 문학 작품을 통해 오늘날 인간이라는 존재의 현실과 생의 진실을 탐구한다. 문학과 철학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안성맞춤의 책이기도 하다.
허무와 교만을 넘어서기 위한 현대의 인생론 <인생의 의미>가 테리 이글턴의 수많은 저작 중 역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180여 쪽이라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서양 지성사의 방대한 철학적, 문학적 유산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삶’이라는 보편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엮어내고 있다. 학계와 언론은 <인생의 의미>를 허무와 교만을 넘어서기 위한 현대의 인생론으로 추천했다.




■ 모더니티는 가장 근본적인 도덕적, 정치적 문제를 전부 날려버린 시대이다. 근대에는 삶의 의미라는 경기장에서, 각자가 상대방에게 KO 펀치를 날릴 수는 없는 상태에서 겨루는 무수한 도전자들이 존재해 왔다. 이것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수많은 대안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어떤 해답도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모종의 악순환 속에 있음을 발견한다. 삶의 의미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그에 대한 답변을 내놓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p.57


■ 인간은 자기 결정적이지만 자연, 세계, 그리고 인간 서로에게 깊이 의존하는 기반 위에서만 자기 결정적이다. 우리가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때마다 우리는 이미 의미의 한복판에 깊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의미들(우리가 결코 선택한 적이 없지만 우리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매트릭스를 제공하는 의미들)을 통해서 엮인다. 사회성, 성, 죽음, 놀이, 애도, 웃음, 노동, 소통 등의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는 삶의 계획은 우리에게 별로 큰 의미를 갖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삶의 여러 핵심적인 특징들은 전혀 개인적이지 않다. p.144


■ 삶의 의미는 문제에 대한 해답 속에서가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실천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삶의 의미는 형이상학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윤리적인 문제이다. 그것은 삶과 분리된 어떤 것이 아니라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삶의 어떤 특질과 깊이, 풍부함 과 강렬함이다. p.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