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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근처, 우리만 알고 있던 맛집을 이수가족 모두와 공유하는 시간.

이수인과 함께하는 맛집 찾아 삼만리. 이수가 추천하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구좌리 얼크니손칼국수’를 찾았다.




구좌리 얼크니손칼국수


식사시간을 피해 4시쯤 찾은 구좌리 얼크니손칼국수. “맛없으면 절대 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간판이 맛집의 자부심과 위풍당당을 말해준다. 한껏 올라간 기대감을 안고 안으로 들어서니 맛집을 찾은 미식가들이 군데군데.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아 이곳의 대표 메뉴 ‘얼크니손칼국수 빨갛게’를 시켰다. 참고로 매운맛이 부담스럽거나 아이들이 있다면 매운맛을 쏙 뺀 ‘하얗게’를 주문하면 된다.

주문을 하자마자 후다닥 차려지는 상차림. 침샘을 자극하는 맛깔나는 겉절이와 싱싱함을 뽐내며 육수에 올라앉은 초록빛 미나리와 버섯이 냄비째 등장한다. 뒤이어 수박빛을 머금은 샤브샤브 용 소고기가 나온다. 구좌리 얼크니손칼국수는 야채와 소고기 등심을 샤브샤브 해먹고, 국물에 칼국수를 끓인 다음 밥을 볶아 먹는 코스 요리다.



후다닥 냄비를 불에 올리고 젓가락은 김치로 향한다. 어느 방랑 식객이 그랬던가? ‘그 집의 음식맛은 김치가 좌우한다’고. 허기를 달래려 한입에 넣은 김치. ‘나 싱싱해요’라고 말하는 듯 씹을 때마다 아삭아삭 소리를 내준다. 매콤하고 진진한 양념과 식감이 살아있는 겉절이는 한 번, 두 번 젓가락을 부르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보글보글 냄비가 끓기 시작한다. 반사적으로 수저를 들게 하는 육수의 향이 코끝을 놀린다.



뜨거움을 상징하는 냄비 위의 김쯤은 무시하고 국물 맛을 보겠다고 용감하게 달려 든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은 후~하고 날려보내고 국물 한 수저를 입안에 넣는다. 피로와 스트레스로 단단해진 젖산 덩어리가 녹아내리는 기분이랄까? 봄볕에 쌓인 눈이 녹는 모양새랄까? 아무튼 긴말필요 없이 국물 맛이 끝내준다. 얼크니라는 말때문에 살짝 속쓰림을 걱정했다면 그 정도는 아니다. 담백함이 촘촘한 육수베이스가 자칫 강할 수 있는 매운 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너무 약하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은 ‘적당히 얼큰함’을 잘 살려냈다.


아드레날린의 신호를 받고 아까 눈여겨 두었던 미나리와 버섯을 건져 와사비 소스에 입맞춤을 시킨다. 육수가 잘 베어 간이 필요 없는 야채들은 본격적으로 소고기를 샤브샤브 해먹기 전 애피타이저로 충분하다. 이제 입맛도 돋웠으니 육수에 소고기를 넣는다. 야채와 함께 곁들여 먹어도 맛있고, 여러 점을 익혀 한 입에 넣어도 잘 밴 육수 덕에 고기 맛이 더하다.



칼국수는 주방 앞 입구에서 직접 반죽을 하고 밀대로 밀어 칼로 잘라낸다. 시작부터 끝까지 다 사람 손으로 하기 때문에 면이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지만 쫄깃함은 입안 가득 즐거움을 선사한다‘손칼국수 만드는 곳’을 담당하고 있는 제면사에게 “넌 어느 별에서 왔니?”가 아니라 “넌 어떻게 반죽했니?”라고 묻고 싶은 심정. 후루룩 몇 번 하니 칼국수는 흔적을 감췄다. 분명 적지 않은 양이었는데 기분 탓인지 벌써 다 먹었나 싶다.



야채와 소고기 샤브, 칼국수까지. 이쯤에서 배부르다고 수저를 놔버리면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볶음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힘이 들더라도 잠시 숨을 고르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그리고 다시 수저 들 에너지를 충전했다면 “이모님! 여기 볶음밥 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그럼 냄비를 주방으로 가져가 샤브샤브 국물에 김가루, 아삭한 김치, 향긋한 미나리를 넣고 밥을 볶아온다. 냄비를 불에 올려 조금만 볶아도 맛있지만 살짝 눌려 먹어도 꼬들꼬들 맛있다. 한가지 팁을 더하자면 볶음밥에 남은 국물을 얹어 먹어도 별미다. 이렇게 해서 구좌리 얼크니칼국수의 모든 코스 요리를 맛봤다. 담백하고 얼큰한 국물에 야채와 소고기 샤브샤브, 탱글탱글 쫄깃한 손칼국수, 거기에 환상의 조합을 뽐내는 볶음밥까지. 소박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을 제대로 저격한 구좌리 얼크니손칼국수는 ‘맛집’이 분명하다.




1. 육수가 끓는 동안 와사비소스와 간장소스를 1:2 비율로 혼합한다.

2. 끓는 육수에 쇠고기를 넣는다.

3. 살짝 익힌 쇠고기와 미나리, 버섯을 소스에 찍어 먹는다.

4. 손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

5. 손칼국수를 먹은 후 밥을 볶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