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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다음에 나올 제품은? 통일신라면”, “딸기가 직장을 잃으면? 딸기시럽” 등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개그, 요즘 말로 아재개그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아재’란 본래 아저씨를 낮춰 부르는 말로 얼마 전만 해도 젊은 세대와 소통할 줄 모르고 나이를 앞세워 무례한 행동을 일삼는 꼰대와 이음동의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모와 스펙, 건강관리 등을 열심히 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등 변화를 받아들이는 40~50대 중년 남성을 상찬하는 말이다. 이런 아재들이 개그를 넘어 ‘아재파탈’로 그 매력을 더하고 있다. 불붙은 아재 신드롬이 식을 줄 모르는 사이, ‘아재’를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본다.




최근 ‘아재’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아재란 어떤 사람인가요?


이선영 사원_ 아저씨라고 하면 좀 거리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런데 아재라고 하면 뭔가 푸근하고 정이 가요.

 

한재원 사원_ 시대의 흐름에서 한 발짝씩 뒤쳐지기 시작한 사람을 일컫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에 있어 각종 준말, 신조어들이 생겨나는데 이를 잘 알지 못하고 젊은 세대와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사람, 과거의 추억에 안주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 열정이 식어버린 사람, 세상의 변화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의 상식과 잣대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아재’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영 대리_ 35세 이상 기혼남자? (웃음)

 

오유승 대리_ 원래 아재란 말은 기성세대를 의미하는 ‘꼰대’라는 말하고 비슷한 뜻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젊은 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아재 개그’나 드라마 속 멋진 중년들의 모습에서 파생된 ‘아재파탈’같은 단어가 생기면서 아재에 대한 단어의 뜻이 바뀐 거 같아요. 제 생각에 요즘의 ‘아재’란 옛날에 젊은 층과 세대 차이를 보이던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20~30대에도 뒤지지 않는 자기관리로 젊은 스타일을 추구하는 중년 남성들, 즉 ‘젊은 세대의 마음을 가진 중년’을 뜻하는거 같습니다.



왼쪽부터 한채원 사원(이수엑사켐), 조선영 대리(이수앱지스), 김정희 대리((주)이수),

오유승 대리(이수시스템), 이선영 사원(이수페타시스)


‘아재신드롬’이 부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선영 사원_ 요즘은 30~40대 아저씨들도 외모와 패션에 신경 쓰고, 젊은 세대들과 트렌드를 공유하잖아요. 아저씨들이 썰렁하고 어색한 아재개그를 하는 것도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인 것 같고요. 그런 아저씨들이 많아지는 시대상이 아재 신드롬을 일으킨 게 아닐까요.

 

한재원 사원_ 처음 시작은 그 동안 아저씨, 꽃중년, 구세대, 늙다리(?) 등의 다양한 단어로 불리던 해당 세대를 통합하여 일컫는 하나의 단어가 나오면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아재개그’, ‘아재스타일’, ‘아재패션’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되면서 ‘아재 신드롬’이 불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조선영 대리_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은 모두 20대 선남선녀였고, 이야기의 내용도 20대의 로맨스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마치 20대의 사랑만이 로맨스인 것처럼, 20대의 열심만이 열정인 것처럼. 그런데 요즘은 70세 인턴사원의 열정을 보여준 영화 <인턴>, 엄마의 로맨스를 보여준 영화 <맘마미아> 등 많은 영화가 다양한 연령층을 주인공으로 보여줘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인생의 모든 시간, 모든 순간이 의미 있는 시간임을 깨닫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재 신드롬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 같아요. ‘아저씨의 인생도 멋지고 재미있다’라는 사람들의 변화된 인식과 지지를 받으면서 숨겨뒀던 아빠들의 끼와 멋들이 표출되고 그것이 자연스레 인기를 끌면서 새로운 아재 신드롬이 유행하는 것 같아요.

 

오유승 대리_ 미디어, 인터넷의 발달로 서로의 문화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옛날과는 달리 각각의 특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흠이 되지 않는 환경이 됐고요. 그렇게 서로의 문화를 재미있게 공유하는 과정에서 ‘아재 신드롬’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아재’ 자체를 비하하거나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아재 신드롬’의 순기능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선영 사원_ 아저씨들이 더 이상 ‘거리감 있는 아저씨’가 아닌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혹은 소통할 수 있는 아저씨’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물론 아재에 대한 좋은 인식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미끼 삼아 일부 비상식적 언행이나 행동들이 이루어져서는 안 되겠죠. 기성세대들의 권위주의 문화가 조금씩 타파되고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는 것은 아재 신드롬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재원 사원_ 과거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나와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자신이 ‘아재’로 불리게 될 것을 염려해 세상의 눈치를 보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선영 대리_ 아재 신드롬은 20대에 편향되어있는 우리 사회에 건강한 방향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한국 사회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면, 가정을 위해 개인의 취향은 희생하는 것이 당연했었죠. 그러나 요즘은 줌마렐라와 아재 신드롬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아줌마의 인생도 아재의 인생도 주목받고 존중받아 또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어요. 모든 연령층이 자신을 가꾸고, 현재 자신의 삶을 즐기기를 권장하는 시대의 흐름은 매우 긍정적인 방향인 것 같아요.

 

오유승 대리_ 중년 남성 중에 본인의 위치를 이용해서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구는 분들을 가리켜 ‘꼰대’라고 합니다. 아랫사람의 의견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싫어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이 그런 사람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람들까지 은근슬쩍 ‘아재’의 범위에 끼워 넣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색한 뒤, 젊은층에게 ‘아재’임을 강요하다 보니 의미가 변형돼 평가절하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제외하고 ‘아재 신드롬’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문화 차이를 줄여주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젊은 세대 역시 기성세대를 존중하고, 예의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먼저일겁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아재가 되겠죠? ^^

현재를 살고있는 아재들에게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탁합니다.

 

이선영 사원_ 젊게 사는 아재들, 그리고 썰렁한 아재개그를 즐겨하시는 모든 분들! ‘항상 마음만은 20대처럼 즐겁게, 당당하게’ 저는 그 자신감과 용기를 존경합니다. 그 마음 그대로 쭉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는 저도 아재개그에 크게 웃으면서 응원하겠습니다.

 

한재원 사원_ 나이 상관없이 젊은 생각과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을 보면 ‘멋있는 어른이다.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앞으로는 ‘멋진 아재다’라는 말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아재’라는 말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아재들의 몫입니다. 저희가 물려받는 ‘아재’라는 단어가 ‘제2의 청춘’, ‘성숙한 청춘’을 의미하는 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영 대리_ 인터뷰에 답을 하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아재인(이미 할아버지인) 아빠가 생각났어요. 아빠가 작년에 퇴직하셨거든요. 퇴직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은 여유시간과 조용해진 핸드폰 때문에 살짝 당황해하시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차츰 적응하시면서 미뤄뒀던 취미생활을 조금씩 꺼내시는 것 같아요. 정원가꾸기와 오래 전에 사두었던 트럼펫! 저는 아빠가 운동도 하고 트럼펫도 불면서 재밌게 인생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오유승 대리_ 현재 40~50대 분들을 ‘아재’라고 많이 하지만, 저도 10대들에게는 이미 ‘아재’입니다. 제가 아재들에게 바라는 것보단, 저 역시 아재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고, 바라야 할지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중간의 입장에서 느끼는 건 역시 ‘세대 간의 소통’이 중요하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위에서는 너무 권위를 앞세워서 말하거나, ‘나 때는’, ‘요즘 애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지 않고 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화 했으면 해요. 아래 입장에서도 무조건 어렵게 불편하게만 보지 말고, 예의를 갖추고 대화했으면 하고요.